보통인의 우아함 20

긴장감있게, 몰입되는 영화를 보고싶어 고른 '런' 영화 시작 전에 너무 잠이 몰려와서 잠드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과거에 출생 후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난 아기를 보여준 후, 바로 시간을 점프에 사건으로 넘어간다. 포스터에서부터 수상해보였던 그 여인이, 간신히 살아나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딸을 너무나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엄마였던 순간부토 대략의 스토리는 예상이 됐다. 그래도 영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되는, 오던 잠을 어느새 쫓아버린 영화였다. 하반신 마비인 딸이 이웃도 없는 외딴 곳에 있는 집에서, 전화도 인터넷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서울이었다면 창문을 여는 즉시 옆집 사람과 대화가 가능했을 텐데. 혹은 층간 소음을 유발하면 아랫집 사람이 당장 찾아왔을 것이고. ㅎㅎ 그러나 이곳은 미쿡 어..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작가는 '아가미'란 작품으로 이전에 접해본 적이 있었다. 이름의 어감때문에 남자분인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여자분이셨네! (구병모는 필명이라고 한다.) 이번 책에도 아가미에서처럼 어긋나서 더 아린 가족애, 쓸쓸함, 고독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AI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껴간다는 것. 아버지 같았던 주인. 처음 설렘을 느꼈던 이웃집 여자애. 로봇안에 쌓여가는 데이터와 감정으로 보이는 버그?를 지켜보면서 나에게도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사람들은 늙어가고 하나둘 사라져 로봇은 혼자 남게된다. 늙어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서럽고 슬픈일이긴 하지만, 로봇처럼 홀로 남아서 주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에 비하면.. 로봇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

내가 죽던 날

아무도 안 구해줘.. 니가.. 너를.. 구해야 돼.. 인생은.. 니 생각보다 길어... 모두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세진이, 그렇게 희망을 포기하고 받아들이려 했을 때. 순천댁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가며 세진에게 스스로를 구하라고 말한다. 보통 인생은 짧으니 하고싶은 걸 하라, 정도의 말들이 더 흔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짧다면 짧은 인생이지만 또 포기하고 끝을 기다리기에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렸을 순천댁. 농약을 마시고도 죽지못해 그저 이어나가는 삶이 얼마나 모질게 길었기에 세진을 손을 붙잡고 그렇게 간곡하게 말했던 것일까. 여러가지 분위기로 무겁고 비극적인 영화일거라 짐작했었는데, 세진과 현수가 용기와 희망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서 좋았..

마더

감독 오모리 타츠시 주연 나가사와 마사미 이보영이 주연했던 tvN 드라마 '마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재밌게 봤던 드라마와 제목이 같다. 그 드라마도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 넷플릭스에 뜬 '마더'를 보게 되었다. 딱 첫장면만 빼고.. 러닝타임 내내 물없이 고구마를 삼킨 기분으로 간간히 욕을 섞어가며, 설마 이렇게 끝나는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 보았다. 정말로 이렇게 끝나버린 반전!! '철없다'는 단어는 너무 귀여워서 쓸 수 없을 만큼, 주변 사람들 등골을 뽑아먹으며 아~무 생각없이 하고싶은 대로 살아가는 저런 엄마가 있냐. 똑 너 닮은 애 낳아서 고생해봐라!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엄마였는데, 보살같은 애를 낳아가지고는.. 부모 형제도 등돌려 버리자 아들에게 의지하면서 계..

쇼코의 미소

여러 편의 단편이 엮인 책. 쇼코의 미소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에서, 고독하고 쓸쓸하고 아픈 사람들이 등장하고 주변의 누군가가 그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감싸준다. 그것은 평소에 서로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이기도 하고, 이전까지는 생판 몰랐던 외국의 누군가이기도 하다. 늘 까칠하게만 나를 대해왔던, 쇼코를 더 아끼고 사랑하는 듯했던 할아버지가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하고싶은 일을 하는 니가 참 멋지다'며 낯설게 칭찬하고는 비를 맞고 돌아서는 뒷모습. 나도 같이 울컥했다. 요즘 늙어가면서 가끔씩 닭살돋는 말을 하는 아빠가 조금 겹쳐졌다. 아빠에게도 따뜻한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조금은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내 속을 솔직하게 다 털어놔도 이해하고 위로해 줄 그런 사람이 무척..

마르타의 일

'체공녀 강주룡' 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보고 알게 된 작가 박서련.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대기에 대한 소설이었다. 뭔가 간결하여 술술 읽히면서도 다음이 궁금해 책을 놓기 어려웠던 기억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마르타의 일이라, 마르타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했다. 어떤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는 실망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무리한 기대는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이번 책도 완전 만족! 동생의 죽음에 얽힌 사건들을 알아내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담담한 문체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진행됐다. 동생과 비교당해왔던 과거 회상들을 제외하면, 스릴러 영화로 제작해도 될..

젊은이의 양지

영화를 보는 내내 백 번쯤의 한숨이 나왔다. 폐가 발바닥까지 내려간 것처럼 마음이 무겁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처음 이력서를 써서 내보고, 귀하의 자질은 훌륭하나 이번에는 아쉽다는 탈락 문자도 받아보고. 한 시간도 안되는 면접 시간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밥보다도 얼른 이불속에 숨어 잠들고 싶었던 시간들. 그 무거웠던 마음이 기억이 났다. 영화는 몇 배나 더 무거웠다. 화장실 갈 시간이 나지않아 기저귀를 차고 근무했다는 이야기는 기사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어머나, 하고 지나갔었을 이야기가 화면으로 보니 엄청 충격적이었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서,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해서 지하철에서 공장에서 하나 둘씩 죽어가던 사람들 소식에 언제부턴가 익숙해져가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제쯤 이렇게 죽지않고 모두가..

소리도 없이

각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왜 이런 일과 행동을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 또한 쉽게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몰입되고 상상의 여지가 있는 영화였다. #창복 왜 이런 일까지 하면서 돈을 버는 걸까? 부양할 가족이 딸려있는 것일까? 시체를 처리하는 무시무시한 일을 하지만, 일을 의뢰하는 조폭들에게 한없이 조아린다. 같이 일하는 태인에게도 학대한다거나 돈을 떼먹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 같은 느낌마저 준다. 납치한 초희의 몸값이 든 돈가방을 품에 안고 쫓기듯 도망치다 평화로운 교회 계단에서 제풀에 숨을 거두는 아이러니한 장면. 과연 안에 돈이 들어있긴 한건가 싶은, 이렇게나 허술하고 성실한 범죄자라니. #태인 말을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알 수 없..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오랫만에 급 영화를 예매하느라 현재 1위인 영화, 주인공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결정.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최대한 사전 정보와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예고편이나 기사를 보지 않고 결정하는 편. 건대 cgv는 처음 가봤는데, 정신놓고 있다가 롯데시네마 갈 뻔 했다. 영화관이 역에서 살짝 떨어져 있고, 골목에 들어가야 있는데다 코로나 1단계로 내려온 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영화관에 사람도 없고 정말 썰렁했다. 간만에 팝콘 좀 먹어볼까 했는데 상영관에서는 음식 섭취를 자제해달라고 여기저기 써붙여져 있어서 그냥 스킵. 팝콘은 상영관에서 먹어야 제맛인것을! 시간이 되어서 상영관 안에 들어가니 나 말고 딱 1명. 총 2명이서 보는 영화라니,, 역대급 경험. 덕분에 코로나로부터는 완전히 ..

기사단장 죽이기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원래 알고 있었던 책은 아니었는데 언니네 집에 있어서 읽게 되었다.그동안 읽어봤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해변의 카프카', '1Q84', '어둠의 저편' 정도?대체적인 감상은 매력적인 도입부 +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결말.특히 1Q84의 첫 권은 흥미진진한 전개에 엄청나게 몰입됐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나만 이해되지 않는건가? 라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었다.이렇게나 유명한 소설가인데, 왜 나는 감동받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가!기사단장 죽이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인공이 바닥의 구멍을 통해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나의 관심도 급속도로 휘발되었다;;다행히 주인공은 현실의 세계로 컴백해 소설의 마무리를 지었고, 나도 책의 마지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