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의 우아함 20

[영화] 드림팰리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중대 재해 희생자의 가족이 되었다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지켜보기도 했다.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기사로 읽으며 안타까워 하다가도 점점 무뎌져 가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답답함과 생생한 아픔을 체험했다. 왜 우리 사회는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약자들끼리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게 만드는 것일까. ㅜㅜ 일터를 안전하게 하는데 소홀하여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다면 기업주가 책임을 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내용을 법제화하는데 그렇게나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는데 과연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 걸까? 하청의 하청의 하청 구조로 책임을 떠넘기는 쪽으로만 수법이 발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법이 제대로 지켜져서 책임자들이 무겁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었는데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인줄 알고 덥석 빌렸다. 48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작가의 대답들이 차분하고 따뜻해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신문 기사들은 누군가를 해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아부하거나, 또 대중들을 속이려는 글들이 많은데,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꼭 한번씩 읽어봤으면 좋겠다. 😡 나는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지금의 최우선 목표는 꾸준하게 하는 것! 다른 일들보다 우선해서 하는 일로 해야지, 틈나는 대로 하려다보면 다른 일에 밀려서 못하게 된다는 조언이 와 닿았다. 꾸준하게 쓰는 일이 익숙해질때 쯤 다시 들춰보고 싶은 책이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한국형 추리소설 카테고리에서 무심히 고른 책인데, 오래간만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을 만났다. 라떼는 말이야, 싶은 80년대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내 어린 시절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한겨울에 연탄으로 난방했던 집, 마당 한켠의 연탄광과 푸세식 화장실. 몇 계단 내려가 석유 곤로에 음식을 했던 부엌.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집. 정겹기만 했던 그 기억속에 몰랐던 사건들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 시절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정말 강추 ㅎ

아이

2021.2.23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김향기 배우가 그려내는 소심하면서도 섬세한 캐릭터들이 좋아, 이번 영화도 보게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늘 곁에서 지켜주신 부모님과,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거듭나는 나의 형제들. 함께인 것이 당연해서 종종 소중함을 잊기도 했었는데, 아무도 없이 홀로 버텨내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상의할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그 막막함이란 어떤 것일까? 다행히도 보호 종료된 고아와 술집에서 일하는 미혼모가 서로에게 기대면서 영화는 끝난다. 본인도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으면서 '내가 도와줄게요.' 하고 손을 내밀 때, 나도 눈물이 나고 그 손을 맞잡고 싶었다.

바이러스X

한때 마음속에 애국심을 뽐뿌해주던 김진명님의 국뽕 소설에 놀라웠던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품은 몰입되고 재밌긴 하지만, 약간은 만화같은 느낌. 조그만 단서에서 시작해 한국 뿐 아니라 세계를 구해내는 스토리에 살짝 심장이 부풀긴 했지만, 정말 인상깊었던 것은 인류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 미세플라스틱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위기들이라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야생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동물의 멸종 등등을 원인으로 점점 새로운 숙주를 찾아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 이토록 전염력이 강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은 다른 바이스러스와 결합하여 퍼지게 되었을 때.. 인류는 과연 멸종의 위..

세자매

2021.01.27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궁금했다. 도를 아십니까를 따라가 한복을 입고 절까지 하는 첫째는 왜 그렇게 모두에게 미안하고 죄송한건지. 돈만 갈취해가는 남편이나 신경질만 내고 남자만 쫓아다니는 딸에게도 왜 그렇게 쩔쩔매고, 큰소리 한번 못내는건지. 남들 눈만 신경쓰느라 가족들과 자기 자신까지 억누르기만 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뭐가 문제인지 맨날 술만 먹고 착한 남편에게 소리만 지르는 셋째. 영문을 모르고 보니 그 어둡고 음습하고, 악다구니 쳐대는 장면장면에 점점 숨이 막혀왔다. 뒤척이며 한숨을 내쉬던 마지막 부분에서, 문제의 근원에 이번에는 제대로 악을 쓰고 분출하는 세자매. 이 한번에 후련함을 위해서 앞선 장면들을 차곡차곡 쌓아왔구나 싶었다. 나름 주름진 가정사를..

아무도 모른다

저번에 봤던 "마더" 이후로 본 일본영화인데 여기도 몹쓸 엄마가 나온다. 여러 남자와 동거와 출산, 이별을 반복하며 얻은 네명의 아이와 살아가는 엄마가, 급기야 아이들을 버려두고 집을 나간다. 차라리 돌아온다고나 하지말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은 물론 집안에 숨어 지내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로.. 또 발견되지도 않은 채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드물어서 이런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거겠지? 우리나라에도 어린이 학대 사건이 자주 뉴스에 나오는데,, 모든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임도 못질 아이들을 낳아놓고 방치하는 어른들!! 출산율도 낮은데 한명 한명 모든 아이들 좀 소중하게 키..

조제

원작인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예전에 이미 봤던 영화다. 정말 오래전이라 영화관에서 봤는지 다운로드 받아 컴퓨터로 본건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 세세한 디테일도 기억나지 않는다. 보는 내내 해피엔딩이었으면 했던 남녀주인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헤어졌다는 내용만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뭔가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아니라, 어쩌다 만났듯이 또 어쩌다 헤어지는.. 어쩌면 이유도 필요없을 만큼 너무도 현실적인 엔딩이 살짝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래, 평범한 사람들도 헤어지며 끝나는 연애가 더 많을 것인데 뭘 기대했던건가. 그랬던 영화가 한지민, 남주혁 주연으로 제작되어 개봉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여기서도 같은 결말로 끝나는 것일까 궁금해서 꼭 보고 싶었다. 영상미가 빼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