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의 우아함/영화

소리도 없이

지롱드보통 2020. 11. 2. 12:07


각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왜 이런 일과 행동을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 또한 쉽게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몰입되고 상상의 여지가 있는 영화였다.

#창복
왜 이런 일까지 하면서 돈을 버는 걸까? 부양할 가족이 딸려있는 것일까?
시체를 처리하는 무시무시한 일을 하지만, 일을 의뢰하는 조폭들에게 한없이 조아린다.
같이 일하는 태인에게도 학대한다거나 돈을 떼먹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 같은 느낌마저 준다.
납치한 초희의 몸값이 든 돈가방을 품에 안고 쫓기듯 도망치다 평화로운 교회 계단에서 제풀에 숨을 거두는 아이러니한 장면.
과연 안에 돈이 들어있긴 한건가 싶은, 이렇게나 허술하고 성실한 범죄자라니.

#태인
말을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엉망인 집에 방치된 동생, 돈을 벌어 그저 먹고 자는 모습이 흡사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몸값을 받을때까지 초희를 데리고 있는 일도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위해 마지못해 하는 귀찮은 일이었는데.
초희로 인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동생같이 느끼는 듯도 하고, 이성으로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초희를 돌려보내려 다니던 학교까지 데려다주고서도 손을 놓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엄마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태인에게는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던 그 무엇, 뒤늦게 깨닫고는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절실함이 너무 마음아팠다.

#초희
남동생이 아니라서 아빠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묘한 열한살 짜리 아이.
집을 정리하고 동생을 돌봐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납치되어 감금된 집에서 눈치를 본다.
변화된 태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듯, 또한 초희도 의지하는 듯 하지만 탈출의 기회가 오자 가차없이 뿌리친다.
태인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후에야 자신을 찾으러 온 부모님께 꾸벅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초희에게서 어린이다움을 뺏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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