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0코스
십여년 전 쯤에 산방산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던 적이 있었다.
지인이 마침 제주도로 내려왔는데 송악산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같이 일정을 보내려고 하루에 두 번씩 몇일이나 왔다갔다 했었다.
그러느라고 10코스 일부를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또 다른 해에는 친구와 걷다가 거센 비바람에 우비까지 사입었으나 결국 중도 포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10코스는 꽉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점부터 하멜상선기념관 전까지는 낯설고 새로웠다.
길이 바뀌었나?
금모래 캠핑장 앞 올레휴게소에서 스탬프 찍고 10코스 시작.


전에도 이렇게 꽤 긴 숲길이 있었던가?
바다와 산방산이 보이는 멋진 길이 해변 모래사장과 번갈아서 나타난다.



하멜 상선 기념관 쪽으로 내려오면서 이제 평지가 시작된다.
그 옛날 갑자기 큰 배와 백인들이 나타났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기념관도 만들고 지금까지 기록들이 전해지는 것은 당시 정말 대박사건이긴 했나보다.
막상 표류지점은 여기가 아니던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한라봉 100% 쥬스 한병.

용머리해안 부터 사계항까지는 식당이 많다.
아침을 안먹었다면 여기쯤에서 해결하면 좋을 듯.
사계항을 지나면 도로와 바다 사이의 풀밭에 야자매트를 깐 예쁜 길이 나온다.
앞으로는 송악산, 왼쪽은 바다와 형제도, 뒤로는 산방산이 자꾸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보통 산은 삼각형인데 산방산은 생뚱맞게 혼자 동그랗게 솟아있어서 볼 때마다 귀엽다.
화산 폭발시 한라산 백록담에서 떨어져나온 뚜껑이라는 설도 있다고 했다.
성산 일출봉과 더불어 딱 제주도임을 알아채게 하는 그 독특함이 너무 좋아서 또 수십 장의 사진을 찍게 된다.



별로 배가 안고팠지만 여길 지나가면 식당이 없을 것 같아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형제섬 보말칼국수에서 칼국수 선택.
코로나에 대비해 가게 운영을 아주 똑소리나게 하고있어서 믿음이 갔다.
반찬 셀프대는 잠시 요청받아 리필하는 걸로 바꾸고, 수저는 사람수만큼만 수저통에 담아서 주셨다.
칼국수도 똑소리나게 맛있었다. 👍 👍

송악산을 오르는 길.
올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이곳은 너무 멋지다.
한번 다녀오면 사진첩에 비슷한 사진이 우글우글~
뒤돌면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산방산이 계속 다른 각도로 보인다.
마지막에 송악산 왔을 땐 정상에 말들이 여러 마리 풀어져 있었는데, 이번엔 없네. 살짝 기대했는데..
송악산 둘레길은 쭉 걸어가면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올레꾼 아니라도 들러서 걷기 좋다.






송악산을 내려오면 다크 투어리즘을 할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알뜨르 비행장을 비롯한 일제의 잔재들, 예비검속 학살터인 섯알오름.
제주도는 참 아픔이 많은 땅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마을이 통째로 몰살당한 잃어버린 마을도 만나고, 학살당한 아이들이 묻힌 너븐숭이 애기무덤도 나오고.
일제에 의한 것 보다도, 우리 군대에게 학살당하고 침묵을 강요, 협박당한 사건들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지금 내가 누리는 안전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후로는 비슷비슷한 마을길을 걸어 하모 체육공원에 도착.
걸을때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제주도와 올레길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올레12코스
산방산, 송악산 구간이 압도적으로 멋지다.
숲길, 해변가, 바다가 보이는 둘레길 등 다채로운 길이 이어진다.
식당도 가게도 많아 먹는데도 편리.